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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없으면 다른 가족과 행복할 것"

21일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해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아버지의 꾸중에 앙심을 품은 한 중학생의 잘못된 선택이 부른 참극이었다.

이날 붙잡힌 피의자 이모군은 평소 예술을 좋아하고 성적은 반에서 중간 정도인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아버지가 최근까지 의류 관련 사업을 크게 했던 탓에 가정환경도 부유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군과 아버지 사이에는 진로 문제를 놓고 갈등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평소 사진을 찍거나 춤을 추는 것이 취미였던 이군이 예술계 고등학교 진학을 꿈꿨으나,
아버지는 이군이 판사나 검사가 돼야 한다며 반대했던 것이다.

점차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갔고 최근 들어서는 아버지가
"놀지 말고 궁부나 하라"며 욕설과 함께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골프채로 폭행하는 일도 잦아졌다.

어느새 불만이 극에 달한 이군은 아버지만 없으면 어머니와  다른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에 범행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범행 이틀 전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 8.5ℓ를 구입해 자신의 방에다 숨겨놓고 기회를 엿보던 이군은
20일 저녁 꾸짖음이 반복되자 그날 밤 아버지가 자는 안방과 거실에 휘발유를 부었다.

라이터로 불을 지른 뒤 다른 가족을 깨워 밖으로 피신시키려 했지만
순식간에 집안을 가득 채운 불길에 겁을 먹어 포기하고 혼자 아파트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결과는 참혹했다.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와 여동생의 시신은 완전히 타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안방과 거실에서 떨어진 문간방에서 자고 있던 할머니 박모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근처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범행 후 근처를 배회하다 1시간30분만에 집으로 돌아온 이군은 신고를 받고 온 경찰과 주민들 앞에서 통곡을 하며
범행을 숨기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이군이 이틀 전 휘발유가 든 생수통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과 범행 뒤 생수통을 현관 근처에
버리고 달아나는 장면이 담긴 아파트 CCTV를 확보하고 있었다.

결국 이군은 경찰의 집요한 추궁에 범행 일체를 자백할 수 밖에 없었다.

이군이 다니는 성북구 소재 모 중학교 교감은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맑은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평소 문제를 일으키거나 결석도 없는 평범한 아이였는데 이런 일을 벌이다니 황당하고 가슴아플뿐이다"고 말했다.



참으로 가슴아픈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아이는 당연히 잘못하였다.
가슴속 평생 패륜과 죄인의 낙인을 새기고 홀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번 되돌아 본다면

자기 자녀들이 하고싶어 하고 원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묵살시키며
공부만을 강요하는 부모들과
이렇게 만든 세상을 원망하지 않을수도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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