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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한가 ]


만인이 ‘밥’ 앞에 평등하지 않으면 어찌될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시작되고 급기야 전쟁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평온하고 화목한(平和) 상태는 입(口)에 벼(禾)가 골고루(平) 들어가야 이룰 수 있는 상태다. 모든 이가 공평하게 먹을 수 있어야 다툼 없고 갈등 없이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물론 빵이 아니라 이념과 종교 때문에 분쟁이 생기고 평화가 깨지기도 하지만 먹을 것 앞에서 다툼이 없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면 어찌될까. 가진 자, 큰 사람, 힘 있는 사람, 소위 사회지도층에게는 법이 비켜가고 사회적 약자에게만 법이 추상같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밥’ 앞에 불평등처럼 전쟁은 나지 않겠지만 범죄와의 전쟁에 쓰일 무기인 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법이라는 무기는 화력을 잃을 것이며 법을 무기로 다루는 국가기관도 불신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적발되거나 처벌되는 것이 운과 재수의 문제로 인식된다면 법 경시 풍조가 생겨난다. 힘없고 재수 없는 사람만 걸리는 법망(法網)이라면 없는 이만 못하다.

대마불사(大馬不死), 바둑을 두지는 못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안다. 미국에서도 최근 투 빅 투 페일(too big to fail)이 논란이 되고 있다. 큰 말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은행, 금융회사의 몸집이 커지면 절대 망하지 않는단다. 거대 기업이나 은행이 쓰러지지 않도록 국가가 특별한 지원이나 차별적인 법 적용의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도 투입되고 구제금융의 혜택도 받는다.

그래서 기업들이 몸집 키우기에 열심이고 국가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더 큰 리스크도 불사한다고 한다. 그와 달리 작고 힘없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그저 무관심 속에서 흔적 없이 무너진다. 대·중소기업이 똑같이 경영을 잘못해서 부도가 난다면 다 같이 죽거나 다 같이 살아야 하는데 거대 기업에게는 차별적으로 회생의 기회가 주어지고 국가가 구제방안을 마련해 살려낸다. 그러나 대마불사의 논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자본주의의 미래는 불안하고 시장경제도 위험해진다. 도덕적 해이가 커지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멈추게 될 것이다.

법이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법치주의도 무너진다. 재벌총수,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부정과 불법에는 눈감고 말단 공무원이나 평범한 시민들의 법 위반에만 눈을 부릅뜬다면 법과 정의는 사라지고 공정사회는 요원해진다. 이 정부 들어서 법치와 법질서가 강조되고 공정사회를 내세우더니 이제 공생발전이 새로운 화두다.

그러나 그것이 말뿐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법과 원칙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똑같아야 한다. 법이 다가설 수 없는 성역이 있거나 원칙의 예외가 빈번하면 법과 원칙은 무뎌지게 된다. 법은 엄하게 다가설 때보다 엄하지는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하게 다가설 때 추상같은 권위를 갖게 된다. 물(水)이 흘러(去) 평평해지듯이 법(法)이 살아 숨 쉬게 되는 것이다.

                                                                                                                                       하태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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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일체로서 조화로울수록 완전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사람이 나누어서 함께 하는 일들은 중복, 모순, 공백,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라살림도 국민에 대하여 하나의 조화로운 관계이어야 하는데, 부처별로 업무를 나누어 하기 때문에 국민에게 서로 모순된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아무도 자기일로 삼지 않아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학문도, 의술도 전체의 일부분만 나누어서 다루기 때문에 당해 부분에 대하여 불완전함은 물론 이것을 다시 합쳐도 여전히 불완전하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법제도는 기업경영의 환경의 하나이다. 어떤 경영활동은 법이 금지 또는 규제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영활동은 법이 권장하고 보조하기도 한다. 법적 환경을 잘못 이해하여 금지된 것을 행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반대로 허용된 것을 포기하면 엄청난 기회이익을 상실할 수 있다. 경영의사결정에 있어서 법·제도의 올바른 이해 또는 올바른 해석을 위한 관계기관의 설득은 필수적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경영의사결정의 담당자와 법제도의 전문가가 분리되어 있어 경영의사결정에 있어서 법제도가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 공백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공백을 채우는 데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공백의 인식이다. 경영자는 자신이 모르는 중요한 법제도가 있을 것임을 겸허하게 인식하고 법률전문성을 보충하여야 하며, 법률담당자는 경영의 실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올바른 법제도 적용을 제시할 수 없음을 이해하고 당해 경영의사결정의 목표와 배경 등을 소상히 파악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기업경영과 법무의 실제에 있어서는 경영자는 본인이 법적 문제점이 있다고 아는 만큼만 법률전문가에게 물어보고, 법률전문가는 경영자가 묻는 만큼만 답변함으로써 공백이 생겨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법률전문가는 경영자가 “묻는 것”뿐만 아니라 “물어야 할 것”을 모두 답변하여야 한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는 경영자는 법률전문가에게, 법률전문가는 경영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법률전문가의 자문은 경영과 동떨어진 법제도가 아니며 특정 경영활동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제도이다. 경영자가 경영활동에 의하여 추구하는 내용, 예를 들어 크게는 합작에 대한 협력관계의 수립, 작게는 파생금융계약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공백은 줄어들 것이다. 기업변호사는 경영자가 스스로 “제공하는” 정보에 입각하여 자문을 제공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적극적으로 적절한 질문과 대화를 통하여 경영자가 “제공하여야 할”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자문을 제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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