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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사태 예금자 피해보상 어찌되나
5천만원까지는 보장… 초과액은 개산지급금으로 정리


지난 2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 대해 예금보험공사가 강제매각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예금자 등 저축은행사태 피해자들이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매각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인수자 측에서 기존 예금계약을 모두 인수할 경우에는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도 모두 보전받을 수 있겠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방식이 자산·부채 이전(P&A)방식이어서 매각자와 인수자 사이의 계약체결내용에 따라 저축은행 자산 및 부채의 인수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삼화저축은행 인수과정에서도 보듯 5,000만원을 넘는 초과예금과 불법여신 등은 인수자측이 인수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또 매각절차가 좌초돼 저축은행이 파산절차를 밟게될 경우에는 일반채권자로서 파산배당을 받을 수밖에 없어 더 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예보, 7개 저축은행 3개 패키지 묶어 매각 방침=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3일 영업정지중인 7개 저축은행을 '중앙부산·부산2·도민', '전주·부산',  '대전·보해' 등 3개의 패키지로 묶어 각각 매각하기로 하고 이들 은행 자산 및 부채의 계약이전 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예보는 패키지 입찰이 무산될 경우 개별 저축은행별로 입찰을 진행할 방침이다. 입찰참가자격은 조기 정상화 및 재부실 방지를 위해 부실흡수여력을 보유한 기업이며 업종 제한은 없다. 다만 상호저축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 의한 상호저축은행 대주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총자산 2조원 이상이거나 총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이 50% 초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컨소시엄이어야 한다. 예보는 26일 서울 여의도 한영회계법인에서 투자·입찰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5월말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뒤 6월 중순 매수자 재산실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일정대로 진행되면 7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8월 중순 계약이전 및 저축은행영업이 재개된다. 26일 열린 저축은행 입찰설명회에는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와 삼성 금융계열,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 및 연기금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 정상 매각돼도 5,000만원 초과예금 전부 보상받긴 힘들어= 예금자보호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보장되는 5,000만원 이하의 예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매각여부와 관계없이 예보가 보험금형태로 5,000만원까지 지급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5,000만원 초과부분이다. 예보는 매각방침을 밝히면서 ‘저축은행 보유자산 중 계약관계에 기초한 모든 자산이 인수대상’이라고 하면서도 ‘인수자의 부담을 축소하고 재부실화 방지를 위해 불법여신 등 계약이전이 부적절한 자산은 인수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결국 예보와 인수자측의 인수계약에 따라 5,000만원 초과부분은 인수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2월 진행됐던 우리금융지주의 삼화저축은행 인수과정은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우리금융지주는 당시 예금자 보호한도인 5,000만원 이하 예금만 인수했으며 이를 초과하는 예금이나 후순위채 투자자들에 대한 계약은 인수하지 않았다. 이에따라 5,000만원 이하 예금자의 경우 우리금융지주가 신설한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예금자로 전환돼 정상적인 예금과 입출금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인수에서 제외된 5,000만원 초과예금채권에 대해서는 예보가 파산배당액을 추정해 미리 지급하는 금액인 개산지급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개산지급금은 파산절차가 모두 끝나는데 보통 7~8년이 걸리는 현실을 반영, 예보가 해당 저축은행의 모든 자산과 부채의 실제 회수율을 예상해 우선적으로 지급하는 제도이긴 하지만 자산과 부채의 회수율을 보수적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실제 지급하는 개산지급금은 예상보다 소액일 경우가 많다. 실제 예보는 삼화저축은행의 경우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5,000만원 이상 초과예금자들에게 34%수준의 개산지급금만 지급하기로 했었다. 예컨대 예금액이 6,000만원인 예금자는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규정에 따라 받고 5,000만원에서 초과된 금액인 1,000만원의 34%인 340만원을 개산지급금으로 받아 5,34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나머지 660만원은 인수되지 않은 자산 등에 대한 파산절차에서 파산배당형식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지만 부실자산 정리절차임을 감안할 때 사실상 대부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후순위채권자의 경우에는 일반 예금채권자들의 권리가 충족된 다음에야 금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예금을 돌려 받을 방법이 없을 가능성이 더 높다.

◇ 매각좌초·파산절차로 갈 경우, 청산후 파산배당 받는 길 밖에 없어= 매각이 좌초돼 파산절차로 갈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일반채권자로서 파산배당에 참가해 청산금액에서 채권액 등에 따른 비율로 배당받는 것으로 모든 것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예보 관계자는 “예금 중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장받기 때문에 초과부분에 대해서만 배당이 실시될 것”이라며 “파산절차에 들어갔지만 재산가치가 낮을 경우 예금자들은 초과부분에 대해 상당부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통합도산법)은 제352조에서 이사 등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책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 등의 조사확정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경영진의 편파적 채무변제 및 은닉재산에 대해서는 제391조 이하에서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파산절차상 일반규정에 따라 책임재산을 늘리는 방법이어서 간접적으로 배당비율을 높이는데는 기여하겠지만 직접적으로 피해 예금자들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금액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채권자의 지위에서 이사들에게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파산절차에 들어가는 경우 파산재단에서 배당받아 일부 소액이라도 보전받는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구제방법이 없어보인다”고 지적했다.

◇ ‘예금자보호법 개정’ 논란= 현재 국회에는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 등 부산지역 출신의원들이 발의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개정안은 저축은행예금 등에 대해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장해주고 그 보장시기도 저축은행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1월부터로 소급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예금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정치권 내에서도 지나치게 포퓰리즘적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실제 국회통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면서 “일부 수혜자를 위해 국민세금을 쓰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도 “성사 가능성도 없는 일에 선심쓰고 보자는 식으로 법안을 제출해 국회의 입법권을 희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사실상 5,000만원 초과예금에 대해서는 예금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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