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액연봉자 개인회생 신청 급증 ]
사례1.
자영업자 A씨는 지난 2005년 시설자금 투자를 위해 대출을 받았는데, 예상했던 대로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해 누적 적자에 시달려 왔다. 그러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협력업체가 도산함에 따라 A씨 회사도 부도가 났다. 더욱이 A씨는 회사명의로 대출받을 때 연대보증을 섰다가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연대보증금 상환압박에 어쩔 수 없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사례2.
한의사 B씨는 1991년 4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D한의원을 개업한 이후 병원확장과 이전, 첨단의료기기 구입 등을 위해 은행권으로부터 무리한 차입을 했다가 97년 말 IMF 외환위기 여파로 부도를 냈다. 폐업 당시 B씨는 임대차보증금을 포함해 약 5억원의 채무가 있었다. B씨는 다른 사람이 경영하는 한의원에서 월 250만원을 받으며 근무하면서 채무변제를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채무는 7억원으로 더 늘어 감당하기 힘든 처지에 몰렸다.
급기야 B씨는 최근 법원에 개인회생신청을 냈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자영업자나 의사, 공무원 등 고액 연봉자들의 ‘개인에 대한 회생절차’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개인회생’은 무담보 채무 5억원, 담보부채무 10억원 이하의 채무자만이 이용할 수 있는 반면, ‘개인에 대한 회생’은 채무액 제한기준이 사실상 없고 변제기간도 10년이어서 채무규모가 큰 고액연봉자들이 주로 신청한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22명에 머물렀던 고액연봉자의 ‘개인에 대한 회생절차’ 신청건수는 지난해 41명으로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연봉자의 개인회생 신청건수가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올들어 지난 5월말 현재까지 집계된 것만 24명으로, 지난해 전체의 신청건수를 크게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 신청대상에는 의사나 한의사가 많이 포함됐으며 중소기업 경영자를 비롯한 자영업자도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의사ㆍ한의사의 개인회생 신천건수는 지난 2006년만 해도 14명에 불과했지만, 2007년 18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들어 13명에 이르고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지난 2006년 4명에서 지난해 21명으로 급증했으며 올들어서도 벌써 지난해 절반 수준인 11명에 이르고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개업 또는 시설자금 투자를 위해 막대한 대출을 받았다가 당초 예상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자 결국 법원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평소 거래하던 협력업체의 부도로 자금난에 빠지는 자영업자들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경우 회사가 부도나면 회사가 대출받을 때 섰던 연대보증채무가 현실화돼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ㆍ한의사들의 경우도 개원 당시 무리한 차입금에 비해 환자수의 감소, 경쟁 의원 등의 출현 등으로 영업이 부진한데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부 의사들은 사기를 당했거나 다른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